『친밀한 이방인』
『친밀한 이방인』과 <안나>

쿠팡플레이에서 <안나>와 <안나-감독판>을 보고 원작인 『친밀한 이방인』까지 찾아 읽게 되었다.
둘 다 끊임없는 거짓말들로 삶을 이어나갔던 이유미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짓말이 이렇게 쉬운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닌 사기 수준인데 돈만 있으면 학위도, 자격증도 원하는 걸 모두 가질 수가 있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탐구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니 개인이 가진 증명서를 신뢰하는 것으로 사회가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걸 이용해서 돈으로 증명서를 사고 여러 직업과 직위를 가지는 유미를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리적으로는 종이 한 장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데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인 걸까 아니면 모든 게 무시될 정도로 간절했던 걸까.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 유미가 본인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우는 장면을 볼 때는 신기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누군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다니. 유미가 진심으로 너무 많이 우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해서 그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게 보여서 놀랐다.




소설에서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사소한 거짓말에서 시작되어 성별을 속이는 상황까지 생긴다. 그리고 드라마 <안나>에 나오는 내용은 초반에 스쳐 지나가는 게 전부일 정도로 상상이상의 내용이 나온다. 그냥 모든 거짓말을 버틴 유미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본인의 선택들로 이루어진다는 걸 느꼈다. 운이 좋아 얻은 선택지여도 그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나의 몫이겠구나, 그래서 인생은 정말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미는 수많은 거짓말들을 택했고 적당한 타이밍에 미련 없이 모든 걸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그려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책임을 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미의 무모하면서도 대담한 모습을 보며 용감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선택밖에 할 수 없는 유미가 안쓰러웠다. 버리지 못하는 욕심을 가진 유미가 안쓰러웠던 것 같다.
『친밀한 이방인』이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이 이 부분인 것 같다. 보통은 거짓말로 가벼이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들이 어떤 한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그동안의 거짓말과 잘못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며 새 인생을 살게 되는데 유미는 그렇지 않다. 오직 필요에 의해서만 사랑을 흉내 내고 때가 되면 사라진다. 그러면서도 순간마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오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아니면 유미에게는 상대에 대한 사랑보다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열망이 더 중요한 걸까
왜 인지 모르겠는데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렇고 드라마를 보면서도 유미가 답답하거나 밉거나 싫지 않았다. 그냥 응원하게 되었다. 수지라서 그런가


『친밀한 이방인』을 읽고 나서 ‘<안나>는 원작과 다른 내용들도 있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스토리구성을 탄탄하게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포스터에 있는 수지를 보고 반해서 쿠플 가입해서 봤는데 너무 재미있게 봤다. 나는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배경음악처럼 계속 틀어두고 보는 습관이 있는데 <안나>도 그렇게 자주 본다. 배우들 목소리도 좋고 음악들도 시끄럽지 않아서 좋다. 인물의 성격과 어울리는 이미지의 배우들이 캐스팅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캐스팅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완벽하게 각 인물들이 된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